RI3650 지구소개
Rotary International District 3650
9월의 하늘이 유난히 청명하던 토요일 아침, 문화산책동호회 회원들은 서초문화예술회관 앞에 모였다. 목적지는 도자기의 고장, 이천.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첫 방문지는 도예공방 길상요였다. 흙덩이가 물레 위에서 천천히 돌며 그릇의 형태를 갖춰가는 순간, 모두의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반짝였다. 고려청자와 백자의 전통이 이어진 이천의 숨결이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듯했다.
각자의 개성과 정성이 담긴 작품을 빚은 후, 따뜻한 밥상 앞에 둘러앉아 이천 특산 쌀밥정식을 맛보았다.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리의 미각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식사 뒤에는 도예촌의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공방마다 저마다의 색채가 담긴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예술의 흐름이 피부로 와 닿았다. 오후에는 설봉공원과 도자기박물관, 국제조각공원을 차례로 찾으며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발걸음을 늦추고 머물렀다. 이어 방문한 이천시립박물관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천의 역사와 문화를 마주하며 하루의 여정을 정리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저물어가는 노을이 차창을 물들였다. 손끝에 남은 흙의 감촉과 눈앞에 스쳐 간 풍경들이 겹쳐지며, 단순한 여행이 아닌 ‘문화의 길을 걷는 하루’를 선물받은 듯한 감동이 남았다. 이번 이천 기행은 예술과 역사를 만나고, 또 그 속에서 나를 비춰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글 황의정 | 문화산책동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