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3650 지구소개
Rotary International District 3650
[지구대회 참가소감]
‘막둥이’ 지구 사무부총장의 지구대회 고군분투기
지구 사무부총장 조은선(서울삼청RC)
“벽이 허전하니 이쪽으로 걸면 어떨까요?” “제가 이쪽에서 전달해 드릴께요” “프롬프트 잘 보이세요?” “한 발짝만 더 오른쪽으로...” 역시 큰 행사를 운영한다는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체력(?) 그리고 센스가 필요한 일이다. 운영진들은 몇일 밤을 새가며 놓친 것은 없는지, 부족함은 없는지, 하나하나 살피고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서로를 응원하며 노력했다.
사실 본격적인 2024-25년도 제63년차 지구대회의 시작은 본대회 전날 밤(4월 3일) 해외 자매지구 환영회부터였다. 일본, 대만, 한국의 세 자매지구가 모였으니 시작 전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약간의 어색함 속에서 환영회는 시작되었고, 오고가는 환영사 속에서 그 어색함은 사르르 녹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건배제의로 시작한 만찬과 이어진 축하공연은 확실히 우리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의 전통 가락으로 시작해 어릴적 추억을 소환하는 赤とんぼ(고추 잠자리), 그리고 月亮代表我的心(월량대표아적심), 그리고 그 밤의 하이라이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즈의 선율에 취해 모두가 일어나 무대로 무대로...그에 더해 미야자키 총재님의 멋드러진 드럼 연주에 모두가 환호하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그날의 로타리안은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4월 4일 아침 리허설부터 로타리재단 고액기부자 및 총재단, 내빈 오찬회까지 생각보다 촉박한 시간에 쫒기며 2층에서 1층 본회의장을 오르락 내리락 수십번을 하고 나서야 본회의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안내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보니 어느새 개선음악이 울려퍼지고 로타리 깃발이 등장했다. 2025년 제63년차 지구대회 본회의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뭔가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지만 그 순간은 잠시 뿐.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운영진의 대화에서는 대명사만 난무하기 시작한다. “그거 어딨죠?” “저거 주세요” “그분 그...있잖아요” “이렇게 하는, 그거, 그거요”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은 없었지만, 시작만 해 놓으면 어떻게든 굴러 간다고, 만찬과 축하공연까지, 오찬부터 참석하신 분들도 많으셨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께도 감사했고, 마지막엔 그런 에너지들이 어디에 남아 있었는지 모두 일어나 마지막까지 “으쌰라 으쌰”하면서 하나되어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 큰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정말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그 안에 있으면서도 순간순간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한쪽에서 잔잔히 마음을 채워주신 윈드 오케스트라처럼 능력 있는 지휘자와 사무국 그리고 운영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해준 덕분이리라.
원래 나에게 맡겨진 3650 지구대회에서의 주요 임무는 해외 로타리안 영접이었다. 어쩌면 훨씬 전부터 나만의 지구대회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만날 분들은 그 길을 지금까지 만들어 오신 존경받을만한 분들이었다.
그래서 한달 전부터 책장 안에서 바래고 먼지 쌓인 중국어, 일본어 책들을 다시 뒤적거리며, 일본어에서 상대방을 높이는 존대나 나를 낮춰 상대를 높이는 겸양, 그리고 중국어의 존칭과 같은 표현들을 다시 한번 짚어보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 손짓, 표정과 눈빛까지 오랫동안 헌신해 온 해외 로타리안들에게 나의 존경을 담아 표현해 드리고 싶었다. 그 마음이 잘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면서 꼭 다시 만나자며 꼭 안아주신 그 분들의 따듯함이 아직 남아있는 듯 하다.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라는 말이 있다. 존경은 더 높은 직위나 권력을 가지거나 나이가 들면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차곡차곡 만들어 이뤄내는 성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번 지구대회를 통해 로타리는 상대방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며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더 많은 진정성 있는, 존경하는 로타리안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할 존경하는 3650 로타리안 여러분들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